태생(胎生)동물은 모체의 몸속에서 수정되고 착상되어 일정 기간 모체로부터 연결된 태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성장하여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이들과 달리 닭, 새, 거북이와 같은 난생(卵生)동물은 짝짓기를 하고 난 후 수정란을 낳는데, 이 수정란이 완벽한 모체 역할을 해줍니다.
암탉은 짝짓기를 하고 하루나 이틀 뒤부터 15~18일 동안 수정란을 낳습니다. 알을 품기 시작한 어미 닭은 처음에는 먹이도 먹지 않습니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5일에 한 번씩 둥지에서 나와 먹이를 먹습니다.
어미 닭은 알을 품을 때가 되면 배쪽에 난 깃털들이 빠져 따뜻하게 알을 품어줄 수 있는데,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알을 굴려서 골고루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어미 닭이 그렇게 식음을 전폐하며 소중히 품는 알이 우리네 식탁에서 흔히 보고, 무심결에 먹는 계란인 것입니다.
생명 탄생은 어느 생물이건 경이롭습니다. 병아리의 부화 과정을 살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수정란 속 배아는 병아리가 되기까지 난황, 즉 노른자위를 자양분 삼아 21일간 폭풍 성장을 합니다. 하루쯤 지나면 노른자위 쪽에 있는 알의 눈인 배반에서 뇌와 신경, 그리고 척추가 되는 뼈의 흔적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3일쯤 되면 심장이 생기면서 사방으로 피를 공급해주는 핏줄이 퍼져나갑니다. 4일쯤 되면 혹처럼 보이는 날개와 다리의 흔적이 나타나고, 눈의 형태가 확실해집니다. 5~6일이 되면 생식기관의 흔적이 나타나며, 움직임이 시작되어 많은 양분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노른자 위쪽으로 핏줄이 뻗어갑니다.
7~8일이 지나면 몸보다 머리가 더 커지고, 깃털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며, 병아리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9~10일이 지나면 머리와 몸, 날개,다리, 꽁지의 모습이 뚜렷해집니다. 그렇지만 아직 눈꺼풀은 없습니다. 11일째부터는 노른자위 속에 작지만 병아리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13일이 되면 거의 완전한 병아리의 모습이 나타나고 깃털이 나기 시작합니다. 15일째부터는 병아리의 무게와 난황의 무게가 비슷해지고, 난황은 병아리에게 영양분으로 점점 흡수됩니다. 20일이 되면 난황은 모두 병아리의 뱃속으로 흡수됩니다. 병아리의 온몸은 노란색 털로 덮입니다.
어미 닭이 알을 품은 지 21일째 되는 날, 몸집이 커진 병아리는 더 이상 알 속에 머물 수 없습니다. 주둥이 끝에 좁쌀만 한 크기의 딱딱하고 뾰족한 돌기인 난치(egg tooth)로 껍데기를 깨고 나옵니다. 난치는 알에서 나온 뒤 퇴화합니다. 껍데기를 깨고 나오느라 힘을 많이 쓴 병아리는 깃털이 젖어 있는 데다 기운도 없습니다. 하지만 알 속에 있을 때 흡수한 난황의 영양분이 뱃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이틀 정도는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습니다.
이렇듯 계란은 아직 병아리가 되지 않은 배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완벽한 생명장치입니다. 계란의 평균 무게는 고작 50~60g입니다. 이 작고 연약한 알 속에서 어떻게 이런 위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요. 표면적으로 아무 변화를 알 수 없는 그 속을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계란은 깨기 전까지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껍데기인 난각, 껍데기 안쪽에 있는 얇은 막인 난각막, 흰자인 난백, 노른자인 난황, 공기주머니인 기실, 노른자 양쪽에 붙어 있는 알끈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난각인 계란 껍데기의 외부는 약 94%의 탄산칼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께는 보통 0.3mm 정도입니다. 이 얇은 두께로 주위를 둘러싸 내부를 보호해줍니다. 수정란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숨을 쉬어야 합니다. 난각은 육안으로 볼 때 완전히 밀폐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7,000~17,000개의 기공 즉 숨구멍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열려 있는 기공의 숫자는 계란 한 개당 10~20개에 불과합니다. 크기가 15~65um(1um은 1천분의 1mm)인 기공은 내부에서 외부로 수분이나 이산화탄소를 방출합니다. 더욱 놀라운 건, 기공을 통해 세균의 침입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체계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백질로 된 섬유소가 겹겹이 겹쳐 있는 망사 형태를 이룬 큐티클층이 바로 그것입니다.
난각막은 난각의 안쪽 막인 외난간막과 난백을 감싸고 있는 내난각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개의 난각막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결합된 당단백질의 반투과성막으로 얇은 종잇장처럼 생겼습니다. 내난각막의 두께는 0.01~0.02mm로 0.05mm인 외난각막보다 얇습니다. 이렇게 얇지만 내부의 수분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세균의 침입 및 오염물질, 난각칼슘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입체적인 그물망 형태로 정교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내난각막은 외난각막보다 조직이 더 치밀하여 세균 침입을 막는 중요한 방어수단이 됩니다. 세균이 막을 통과하려면 1~4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난백은 난황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반투명한 액체로 흰자위라고 부릅니다. 점성도가 높은 흰자위인 농후난백은 껍데기 부근에 있고, 점성도가 낮은 안쪽 묽은 흰자위인 내수양 난백은 난황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난백은 배반을 품고 있는 난황을 계란 중심부에 고정되게 하며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이나 습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라이소자임 등 항균성 물질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알을 깨기 전까지는 내부에서 항균작용을 합니다.
난황은 노른자위로서 난황에는 생명의 기원이 되는 배반이 있습니다. 백색 난황층과 황색난황층으로 여러 겹 쌓여 있으며 외부는 난황막이 감싸고 있습니다. 계란의 가장 내부에 위치한 난황은 생명체의 핵심이며 부화 시에 병아리의 영양분이 됩니다. 난생동물은 태생동물과 달리 배(胚)가 어미에게서 직접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걱정 없습니다. 난황은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는 영양 저장소로서, 배(胚)가 성장하는 동안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기실은 공기주머니입니다. 수정란은 이 기실을 통해 숨을 쉬는 데 필요한 공기를 얻습니다. 그리고 병아리가 알에서 깨고 나올 때가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공기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기실도 점점 더 커집니다.
알끈은 생명의 핵심부인 난황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노른자 양쪽에 두 가닥의 끈 모양으로 각기 반대 방향으로 꼬여 있으며, 노른자의 위치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뛰어난 복원력을 가지고 있어 알이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더라도 배반이 항상 위쪽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해줍니다.
계란 내부는 이렇듯 정교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공간입니다. 표면상으로 아무런 변화를 감지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는 21일 동안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는 경이로운 시간이 흐릅니다. 모체로부터 직접 영양분과 면역물질을 받지 못하는 병아리는 0.3mm 두께의 계란 속에서 수차에 걸친 방어체계,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공급받고 성장을 거듭하며 탄생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는 섬세하고 치밀한 솜씨로 생명 탄생의 과정을 주관하신 분이 존재하신다는 증거입니다. 모든 것이 전지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설계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땅은 생물을 그 종류대로 내되 육축과 기는 것과 땅의 짐승을 종류대로 내라 하시고 (그대로 되니라) 하나님이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육축을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의 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세기 1:24~25)
출처는
<참고자료>
1. ‘계란의 구조’,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2. ‘계란의 오염물질 방어구조’,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3. ‘알 안 품던 집닭, 집 나가선 품더라’, 조선비즈
4. ‘한국의 자연탐험’, 웅진
5. ‘꿈틀꿈틀 자연관찰’, 한국톨스토이
6. ‘알끈’, 생명과학대사전
7. ‘난백’, 영양학사전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작은 계란도 아주 섬세하게 창조하셨습니다.
답글삭제그 창조의 섭리에 글을 읽으면서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우린 내 몸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일도 알 수 없는데 그걸 창조하신 분이 하나님이시죠
답글삭제정말 놀랍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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